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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기록

히든 피겨스 : 차별을 능력으로 깨부순 멋진 언니들 이야기

by 곰푸 2022.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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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봉 : 2017.03.23.
  • 등급 : 12세 관람가
  • 장르 : 드라마
  • 국가 : 미국
  • 러닝타임 : 127분
  • 배급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 감독 : 데오도르 멜피
  • 주연 : 타라지 P.헨슨(캐서린 존슨 역), 옥타비아 스펜서(도로시 본 역), 자넬 모네(메리 잭슨 역)
  • 수상내역 : 43회 새턴 어워즈(최우수 액션,모험상) / 26회 MTV영화제(최고의 싸움상) / 23회 미국 배우 조합상(영화부문 앙상블상)

숨겨진, 숨어야만 했던 누군가의 이야기

1961년은 미국과 소련이 정치, 외교, 군사 등 각종 분야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던 시대입니다. 우주에서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우주전쟁'도 그중 한 분야였고 미국과 소련은 경쟁하듯 우주 연구와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습니다. 두 나라의 경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정도였죠. 경쟁하듯 인공위성과 무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지만 매번 '최초'라는 타이틀을 소련에게 빼앗긴 미국은 분할 따름이었습니다. 또한 당시는 '흑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당연시되는 시대였습니다. '흑인'은 당연히 '백인'과 다른 교통수단, 식당 등을 이용했고 능력에 맞지 않는 처우를 받았습니다.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전쟁 속에서 인종과 성별에 대한 차별을 능력으로 깨부순 흑인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캐서린'은 수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어 6살의 어린 나이에 흑인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전액 장학금을 받고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에 입학합니다. '도로시', '메리' 등 유능한 20여 명의 흑인 여성들과 함께 NASA의 전산팀에서 계산원으로 근무했습니다. 당시 소련은 이미 'Sputnik'란 인공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고 곧 생명체를 태운 우주선을 우주로 보내는 데도 성공합니다. 무인 우주선은 쏘아 올리는 것에도 번번이 실패하던 미국 입장에서 소련의 이 같은 행보는 치욕이자 도발로 다가왔습니다. NASA에서는 공식적으로 사람을 태운 우주선을 우주로 쏘아 올리기로 결정하고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머큐리 계획'입니다.

NASA에서 근무하던 흑인 여성들은 능력이 출중함에도 백인과 다른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써야 했고, 같은 커피포트에서 커피를 마실 수도, 한 공간에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녀들은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과 상관없이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고 경력이 10여 년이나 되었지만 연봉, 직급, 직책 등 모든 분야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캐서린은 천재적인 능력을 인정받아 NASA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으로써 STG(Special Task Group)에서 일하게 됩니다. STG는 해병대 파일럿을 태운 우주선을 쏘아 올리기 위해 준비하는 특별 그룹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캐서린은 팀원들의 계산을 검토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백인 남성들만이 존재했던 그룹 내에서 캐서린을 인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녀에게 자료를 건네줄 때 특정 단어와 수치를 마커로 지우고 '국가 기밀'이라며 알려주지 않았죠.

800m 떨어진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고, 같은 커피를 마실 수도 없으며 중요한 정보가 지워진 자료를 검토해야 했지만 '캐서린'은 묵묵하게 주어진 일을 해냅니다. 궂은 날씨에도 그녀는 바쁘게 뛰어다니며 화장실을 오가고 마커로 지워진 자료 속에서 행간을 파악해 무인 로켓 실패의 원인을 찾아 부장 '알 해리슨(케빈 코스트너)'의 신임을 얻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인종과 성별로 인한 차별과 한계를 뛰어넘고 미국의 '우주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요?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영화 <히든 피겨스>는 마고 리 셸털리의 책 <히든 피겨스 : 미국의 우주 경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 이야기>라는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책 역시 실존 인물인 '캐서린 존슨'과 '도로시 본', 그리고 '메리 잭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캐서린 존슨은 해석기하학 관련 능력을 인정받아 '프렌드 쉽 7호'의 궤도 및 재진입 지점 계산 등 NASA의 우주 프로젝트에서 막중한 임무를 수행했으며 이후 '아폴로 11호 발사 프로젝트'에 참여해 큰 공을 세웁니다. 줄거리에서 소개하지 않았지만 '도로시 본'은 IBM 7090과 포트란을 무려 독학하여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펀치카드를 다룰 수 있게 됩니다. 그녀는 NASA 내 자신과 같이 일했던 흑인 여성들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펀치카드를 다루도록 리딩하여 결국 계산원이었던 그녀들을 IBM 프로그래밍 펀치 카드 작성 직원으로 재배치시킵니다. 후에 NASA 전산분야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메리 잭슨'은 계산원으로 일하던 도중 머큐리호 엔지니어 팀에 발령받아 팀장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엔지니어 육성 과정을 이수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당시 인종과 성별 차별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학위를 받을 수 없자 법원에 정식으로 소송을 걸어 승소하게 됩니다. 그녀는 이후 미국 최초의 여성 흑인 항공 엔지니어가 되고 NASA에서 여성 훈련 담당관이 됩니다.

글로만 읽으면 무미건조하게 다가올 수 있는 그녀들의 업적과 당시 받았던 차별들이 영화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졌습니다. 그녀들이 당시 실제로 겪은 차별은 127분의 러닝타임에 비하면 극히 일부겠지만 말입니다. 인종, 성별에 대한 차별이 없어졌다고는 하나 우리는 공공연하게 차별적인 대우를 받거나 행하거나 목격하고는 합니다. 최근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BLM 운동과 여성만을 상대로 한 묻지마 폭행 등 미디어를 통해 현재에도 유의미하게 이어지고 있는 차별을 경험할 수 있죠. 그래서인지 1960년대를 다루는 영화이지만 그렇게 먼 과거를 다루는 영화란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최근 다시 이 영화를 보며 얼마 전 읽었던 박민영 작가의 책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가 떠올랐습니다. 그야말로 혐오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종, 성별에 대한 차별에서 나아가 노인, 외국인 노동자, 심지어는 어머니에 대한 혐오까지.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는 세 언니들의 말처럼 혐오 없는, 그래서 차별 없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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