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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기록

경관의 피 : 대사 전달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호인 영화

by 곰푸 2022.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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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봉 : 2022.01.05.
  • 등급 : 15세 관람가
  • 장르 : 범죄, 드라마
  • 국가 : 한국
  • 러닝타임 : 119분
  • 배급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감독 : 이규만
  • 주연 : 조진웅(박강윤), 최우식(최민재) + 박희순(황인호), 권율(나영빈), 박명훈(차동철)

경계에 선 두 경찰의 이야기

민재는 할아버지, 아버지를 이어 경찰이 된 원칙주의자입니다. 함께 잠복수사를 하며 범인을 검거하였지만 수사 과정에서 동료의 위법행위가 있었고 이를 법정에서 곧이곧대로 증언하는 등 민재에게 원칙은 활자 그대로 지켜야 하는 대상입니다. 그런 그에게 감찰과 황인호 계장이 광역수사대 에이스 반장인 박강윤의 내사를 맡깁니다. 민재는 같은 경찰을 조사하는 불명예를 얻기 싫다며 거절하지만 이내 다른 경찰의 죽음이 연루되어 있고 아버지의 기밀 파일을 받을 수 있단 조건에 그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민재는 광역수사대 강윤의 팀원으로 합류합니다.

강윤은 민재를 보자마자 자신의 반원으로 삼고 모든 행동을 함께 합니다. 강윤이 민재를 데리고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민재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시키고 고급 외제차를 몰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경찰 월급으로는 엄두도 나지 않는 고급 빌라와 외제차, 시계 등등. 민재는 강윤이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을 협찬받아 수사를 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막대한 이권을 챙긴다는 황계장의 의혹이 사실이 아닐까 의심합니다. 그렇게 민재의 언더커버 수사가 시작됩니다. 상위 1%만 상대하기 위해 출입비로 수천, 수억 원을 쓰는 와중에 정보원으로부터 빌린 돈은 어떻게든 갚고 사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는 강윤의 이중적인 면모에 민재는 혼란스러워합니다. 더군다나 과거 강윤과 민재의 아버지가 가까운 선후배 사이였다는 것을 알고 더욱 갈등합니다.

그러던 중 강윤이 그토록 잡고 싶어 하던 나영빈이 행동을 개시합니다. 강윤은 위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나영빈을 잡을 계획을 세웁니다. 이미 스폰서로부터 많은 영향력을 행사받던 강윤의 윗선은 이번 수사를 중단하라 지시하지만 나쁜 놈을 잡아넣는 게 우선이었던 강윤은 그 윗선들의 지시를 무시합니다. 그렇게 강윤은 나영빈의 신종 마약 제조 현장을 덮치고 나영빈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만 이내 동료 경찰의 살해에 연루되었단 죄명으로 강윤 역시 수감되게 됩니다. 범죄 수사를 위해서는 어떠한 것도 위법이 될 수 없다는 강윤의 말과 자신이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과거로 갈등하던 민재는 결국 선택을 내리게 되고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납니다.

재밌고 아쉽고 묵직한 감상평

<경관의 피>는 일본 사사키 조의 2008년 발표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소설은 일제 패망 직후 경찰이 된 안조 세이지(할아버지)를 시작으로 3대에 걸쳐 경찰이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대하소설이며 이후 일본에서 2부작 대하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습니다. 영화 <경관의 피>는 그중 3대 경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4시간 분량의 대하드라마에서 40분 정도 되는 짧은 분량을 각색하여 만든 영화입니다. 원작을 보진 않았지만 40분 분량을 119분 영화로 다루었기에 많은 부분 각색이 이루어졌으리라 생각됩니다.

영화 <경관의 피> 덕분에 오랜만에 극장가를 찾았습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지만 오랜만에 볼만한 한국 영화가 개봉한 덕인지 상영관이 거의 꽉 찬 채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3가지 감정은 "재밌다, 아쉽다, 그럼에도 묵직하다."였습니다. 워낙 좋아하는 조진웅 배우와 최우식 배우 각각이 연기한 대조적인 경찰의 모습이 흥미로웠고 전반적인 스토리 전개 역시 전형적인 범죄 드라마가 아닌 경찰관의 신념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웠던 점은 영화의 사운드였습니다. 대사 전달력이 문제가 되는 배우들은 아니었기에 주변 배경음에 대사가 묻히는 현상으로 인해 극의 몰입도를 방해하였고 급기야 몇몇 대사는 아예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빠르게 전개되는 극의 흐름 상 중요한 대사를 놓치게 되면 뒤로 갈수록 스토리를 따라갈 수 없게 되고 급기야 재미가 없는 영화라는 인상을 주게 됩니다. 국내 영화 제작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후시녹음을 하지 않더라도 배우들의 대사가 묻히지 않게 사운드를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강윤과 민재가 갖고 있는 신념에 대한 차이를 알고서 영화를 본다면 이런 아쉬움이 다소 덜할 듯싶습니다. 강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자를 잡고자 하는 경찰이고 민재는 그럼에도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죠.

누군가를 판단하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캐릭터들의 신념에 대해 평소에는 크게 고민해보지 않았습니다. 선과 악, 흑과 백 사이에 존재하는 회색 지대에 대해서도 말이죠. 어쩌면 정확히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은 없고 우리는 모두가 때에 따라 양쪽을 왔다 갔다 하는 경계에 서있는지도 모릅니다. 민재가 맞닥뜨리는 혼란은 고스란히 묵직한 갈등으로 관객에게 전달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다 보고 나서도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터덜터덜 상영관을 나왔죠. 누군가에게는 불호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오랜만에 조진웅, 최우식 배우의 환상 케미가 잘 어우러진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라 '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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