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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기록

연애 빠진 로맨스 : 매우그렇다, 그렇다, 보통, 아니다, 매우아니다

by 곰푸 2022.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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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봉 : 2021.11.24.
  • 등급 : 15세 관람가 (대사나 일부 묘사 장면은 19금 주의)
  • 장르 : 멜로/로맨스, 코미디
  • 국가 : 한국
  • 러닝타임 : 95분
  • 배급 : CJ ENM
  • 감독 : 정가영
  • 주연 : 전종서(함자영), 손석구(박우리)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 너

스물아홉 '자영'은 어제 남자 친구와 격하게 이별하였습니다. 서로 죽고 못 살던 '님'이었다가 길거리에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서로의 치부를 들추는 '남'보다 못한 '적'이 되었습니다. 역시 연애는 할 게 못 된다며 믿을 건 친구뿐이라며 친구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오래전 첫사랑이었던 전 남자 친구이자 F.W.B(Friends With Benefit)였던 이의 결혼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분노와 외로움에 못 이겨 '자영'은 데이팅 어플로 외로움을 달래줄 누군가를 찾게 됩니다.

소설을 쓰던 남자 '우리'는 성공한 소설 작가 대신 문화, 스포츠 등 심심풀이 글을 쓰는 잡지사에서 일합니다. 어제밤 뜨거운 밤을 보냈던 짝사랑하는 여자 상사에게 마음을 고백하려 하지만 약혼한다는 그녀의 말에 뇌정지가 오고 맙니다. 일도 연애도 제대로인 게 없는 서른셋 '우리'. 설상가상으로 19금 칼럼 기획을 떠맡게 되고 고심하던 중 데이팅 어플에 반강제로 가입하게 됩니다. 그렇게 외롭지만 딱히 연인은 만들고 싶지 않은 '자영'과 '우리'가 데이팅 어플을 통해 서로를 만나게 됩니다.

설 명절 아침, 데이팅 어플 닉네임과 한 장의 사진만으로 만나된 그들은 미묘하게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생깁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솔직하기로는 일인자인 '자영'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고 '자영'과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의 칼럼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19금 칼럼이지만 19금 장면은 하나도 없는 19금 칼럼.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지만 연애는 하지 않는 '자영'과 '우리'

그렇게 둘은 연애는 하지 않지만 연애 빼고 모든 것을 하는 관계로 발전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놓고 낄낄대며 공감하는 둘. '자영'의 첫사랑 결혼식에 함께 가 소심한 복수를 하기도 하며 둘은 점점 서로에게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칼럼은 승승장구했고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됩니다. 결국 뜻하지 않게 '자영'은 자신의 이야기가 칼럼으로 연재되고 있단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고 '우리'와의 복잡한 관계를 정리합니다. 하지만 서로에게 이미 깊이 빠져버린 둘. 서른 즈음되면 인생의 주인공일 줄 알았는데 무엇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나날들.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연애를 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여태 만남들은 연애가 아니면 뭐였을까요?

2030 세대의 삶, 사랑, 고민

평소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정말 심심하지 않은 이상 찾아보지 않는 편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연애 빠진 로맨스>는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동시대를 살아온 1990년생의 여자 감독이란 사실과 '콜'에서 너무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전종서' 배우님 그리고 '멜로가 체질'에서 똘끼 가득한 눈빛을 장착한 '상수'를 연기한 '손석구' 배우님에 대한 애정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여러 리뷰 영상을 본 터라 그런 내용이 다 일거라 여겼던 것은 저의 큰 착각이었습니다. 유튜브 리뷰들은 정말 영화의 일부분만을 담았을 뿐 <연애 빠진 로맨스>의 진가는 영화 전체에 나오는 주연배우들의 대사입니다. 수위 조절로 인해 블로그에 담을 순 없지만 주말에 만난 친구와 술 먹으며 옆 테이블 사람이 들을까 작게 속닥거렸던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어느덧 영화에 빠져들어 맥주에 오징어 다리 뜯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됩니다.

2030 세대의 연애에 대한 고민을 진솔하게 보여준 부분도 좋았지만 '김영옥' 배우님의 대사들도 좋았습니다. 20대 때는 막연히 서른이 된다면, 30대가 되면 다 큰 어른이 될 거라 상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30대를 두려워하면서 기다리기도 했었는데 막상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30대가 되면 실망스러울뿐더러 나만 뒤쳐지는 게 아닌가 덜컥 겁이 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새해라는 것에,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더 이상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되었죠.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다, 엑스트라였다가 '따까리' 조연인 것도 삶의 일부분이기에. '자영'의 조바심과 두려움을 위로하는 할머니의 대사를 통해 함께 위로받았습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혹은 방구석에 틀어박혀 혼자 키득대며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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