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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피프티 피플 : 도(마뱀)을 아십니까...? by 정세랑

by 곰푸 2022.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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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정세랑
  • 출판 : 창비
  • 출간 : 2021.08.13. (2016년 출간 이후 10만 부 판매 기념 전면 개정판)

도(마뱀)을 아십니까...?

작가 정세랑. 핫한 작가이기도 하거니와 알려진, 알려지지 않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작가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넷플릭스의 <보건교사 안은영>의 저자이기도 한 분. <피프티 피플>은 2016년 출간되어 무려 10만 부가 판매되었고 이를 기념해 지금의 감수성에 맞게 작가가 일일이 문장 표현을 다듬고 여태 달라진 의료 정보 등을 손봐 2021년 재출간되었습니다. 물론 몽글몽글 풍선? 동그마리?로 가득 찬 개정판을 읽었는데 알고 보니 몽글몽글한 느낌의 표지는 정멜멜 사진작가님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50명의 사람들의 사연이 얼기설기 얽힌 이야기라는 기본 정보만 갖고 있었던 당시에는 표지 사진을 보고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이후 다시 표지 사진을 보니 각기 다른 크기, 색상, 높이에서 존재하는 책 속 인물들을, 현실 사회 속 우리들을 표현한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 존재하되 결국 하나의 커다란 그림 안에 속한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책 소개에 담겨 있네요.

싱크홀 사고를 간접적으로 겪고 지역공동체의 사고 피해자에 대한 애도가 소설의 시작점이었다니. 1,000권의 책을 읽으면 1,000번의 인생을 사는 것과 같다고 했던 정세랑 작가님 다운 시작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피프티 피플>에는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만났을 법한, 만나고도 알아채지 못했을 법한 인물들이 50명, 아니 51명 등장합니다. 마지막 작가의 글에서 보는 관점에 따라 51명보다 많을 수 있다고 하니 엄청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이죠. 의사, 간호사, 보안요원, MRI 촬영기사, 시체 운반 직원, 인포메이션 담당자, 임상시험 책임자, 의료 헬기 기사, 공중보건의, 제약회사 영업사원, 병원 설립자 등에 더해 병원의 응급실, 정신과, 외과 등 다양한 곳을 드나드는 환자들까지.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이름을 부여하고 저마다의 스토리와 사연을 엮어내다니. <피프티 피플>의 다른 리뷰들도 찾아보니 작가가 천재인 것 같다란 반응들이 많더군요.

마지막 챕터에서 얼기설기 얽혔던 이들이 결국은 한 곳에 모여 도마뱀 애니메이션을 보았단 설정은 이전에 등장했던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쌓이지 않았다면 다소 우스운 설정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 인물들에 대한 애정을 차곡차곡 쌓아왔기에 도마뱀 애니메이션을 보는 자리에 등장한 인물들이 우습지 않았습니다. 귀엽단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훅훅 읽히는 덕에 피프티 피플이 좀 모자라고 한 헌드레드 정도는 됐음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했습니다.

얼기설기 치유와 힐링의 이야기

일상 속에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라 책을 읽는 내내 흐뭇하고 씁쓸하고 웃고 먹먹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흔드는 불안의 실체에 색을 입혀 좀 더 선명하게 느끼게 해 주었고 그 실체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치유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책을 구상하며 모든 등장인물이 춤을 추는 것처럼 그리고 싶어 각각의 장에서 작든 크든 춤을 추는 행위가 묘사되었다고 합니다. 책을 다 읽고 이런 설명을 봐서 긴가민가했지만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분이라면 이런 숨겨진 춤을 추는 행위를 찾아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코로나19가 뒤바꿔버린 일상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요즘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항상 지친 채로 타고 다니던 지하철 속에서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은 얼마나 싶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낯선 여행지가 그리운 부분 중 하나는 그곳에서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이 그리운 것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위안받으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싱크홀에 빠지고 의료사고를 당하고, 돈을 벌기 위해 임상시험을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불안을 품는 등장인물들을 보며 제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가 그리 가혹하지만은 않구나 하는 위안이 듭니다. 어디에 있든 단단한 곳을 디디고 있으라는 작가의 마지막 말이 오랫동안 남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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