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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오베라는 남자 : 인생, 사랑, 치유에 관한 이야기

by 곰푸 2022.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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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봉 : 2016.05.25.
  • 등급 : 12세 관람가
  • 장르 : 드라마
  • 국가 : 스웨덴
  • 러닝타임 : 116분
  • 배급 : 디스테이션, 싸이더스
  • 감독 : 하네스 홀름
  • 주연 : 롤프 라스가드(오베), 바하르 파르스(파르바네), 필립 버그(젊은 오베), 이다 엥볼(소냐)
  • 수상 : 29회 유럽영화상(유러피안 코메디상), 39회 밀 밸리 영화제(관객상- 세계장편), 42회 시애틀국제영화제(골든 스페이스 니들 어워드: 남우주연상)

까칠한 할아버지 '오베'의 수상한 행적

1+1 가격의 꽃을 1개만 사고도 반값으로 사려는 남자, 아니 할아버지. 1+1으로 샀을 때만 적용된다는 가격에 오히려 점원에게 역정을 내는 까칠한 성격의 할아버지 이름은 '오베'입니다. 그는 매일 아침 8시에 일어나 아침 순찰을 돕니다. 주차 금지 구역에 누군가 주차한 것은 아닌지, 전봇대와 여러 울타리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밤사이 마을에 이상은 없는지 틈틈이 말이죠. 이쯤 들으면 오베의 직업이 순찰대 정도로 착각할 수 있지만 그는 그저 평범한 백수 할아버지일 뿐입니다. 정해진 규칙을 1mm라도 벗어나면 불같이 화를 내는 아주 무서운 성격에 늘 화가 난 듯한 표정은 오베 할아버지의 시그니쳐입니다.

불과 6개월 전 세상의 전부였던 아내 '소냐'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녀를 따라갈 준비를 하는 그. 그러면서도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순찰을 하고 소박하지만 늘 깔끔하고 단정한 헤어와 옷차림을 유지합니다. 그의 하루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은 바로 소냐의 무덤가에 꽃을 가져다놓고 그녀에게 하루 일상을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회색이었던 오베의 삶에 총천연색 빛이었던 소냐가 사라지고 오베는 그녀를 따라가기 위해 천장에 밧줄을 연결합니다. 그리고 그 밧줄에 목을 매려던 순간, 밖에서 난리법석이 일어나죠. 어쩔 수 없이 밖을 나가보니 새로 이사 온 이웃들이 멍청하기 그지없습니다. 남편이란 작자는 후진도 제대로 하지 못해 오베의 우체통을 망가뜨리고 아내 '파르바네'는 시도 때도 없이 오베에게 이것저것 부탁을 합니다. 게다가 파르바네의 두 딸들은 오베에게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그를 귀찮게 하죠.

한 때 마을의 회장으로 르네와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 오베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규칙들이 사람들에 의해 하나 둘 어겨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마음이 맞았던 부회장 르네가 자신을 배신하고 회장이 되었단 사실에 아직도 그를 용서할 수 없죠.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천장에 매달린 밧줄에 목을 매달기도 잠시, 멍청한 밧줄이 툭 하고 끊어져 그의 계획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갑니다. 도대체 이 멍청한 나라는 밧줄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렇게 오베는 밧줄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고 이번에는 차고 문을 닫고 믿었던 자동차 '사보'의 시동을 건 채 잠이 듭니다.

소냐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잠이 든 것도 잠시, 또 다시 누군가 차고의 문을 두드리며 그의 계획을 방해합니다. 과연 까칠한 이 남자, 오베의 계획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 그는 왜 이렇게 매사에 화가 난 것일까요?

오베라는 남자와 소냐라는 여자 이야기

<오베라는 남자>는 스웨덴의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의 첫 소설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오베'라는 캐릭터가 사람들의 인기를 얻게 되고 그렇게 프레드릭 배크만은 블로거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됩니다. 매사가 뒤틀려 있고 까칠한 남자 '오베'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책 속에, 나아가 영화 속에 모두 숨겨져 있습니다. 오베와의 첫 만남은 서재에 꽂혀 있는 하늘색의 책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험상궂게 생긴 백인 남성의 표지가 눈길을 끌었고 그렇게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갔죠. 이후 툭툭 내뱉는 오베의 말속에 소냐를 향한 절절한 애정과 그리움이 묻어나 있어 여러 구절을 필사할 정도로 애정 했던 책입니다. 저만의 버릇 중 하나는 좋아하는 책의 영문판을 함께 소장하는 것입니다. 비록 영문판은 끝까지 읽지 못하더라도 가지고 있단 것만으로도 흐뭇한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A man called OVE>란 영문판도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서재의 한 구석을 자리잡고 있었는데 얼마 전 영화로 다시금 접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번 읽은 책이기에 책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오베'라는 할아버지의 괴팍함을 어떻게 표현할지, 소냐는 얼마나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등장할지 궁금하여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잔잔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영화라 이런 영화란 표현이 걸맞은 작품이었습니다. 짧은 러닝타임임에도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오베 할아버지의 특이함과 심술궂음이, 그 와중에 묻어나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고 짧은 머리의 소냐는 총천연색으로 사랑스러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짧게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집게손가락을 접어 오베의 손바닥 안쪽에 숨기는 소냐의 버릇이 세상 무엇보다 가장 그립다는 오베의 말 속의 그리움이 깊이를 가름할 수가 없어 먹먹했습니다. 시간이 없더라고 영화를, 시간이 난다면 꼭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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