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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기록

폰부스 : 나는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감시한다

by 곰푸 2021.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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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봉 : 2003.06.13.
  • 등급 : 12세 관람가
  • 장르 : 미스터리, 스릴러
  • 국가 : 미국
  • 러닝타임 : 81분
  • 배급 : 20세기폭스코리아
  • 감독 : 조엘 슈마허
  • 주연 : 콜린 파렐(스튜 세퍼드), 포레스트 휘테커(캡틴 레미), 키퍼 서덜랜드(통화자/저격수)

감시가 주는 공포

영화의 개봉일인 2003년도 뉴욕시에는 약 80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근방의 교외까지 하며 약 1,20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당시에는 대략 1,000만대의 공중전화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대략 450만명의 주민들과 200만명의 방문객들이 이 공중전화를 사용했습니다. 영화 '폰부스'의 배경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뉴욕시 53번가와 8번가 사이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입니다. 이 공중전화 부스에는 매일 300통 이상의 전화가 오고 가고 해당 지역은 지난 6개월 간 40번이 넘는 강도사건이 일어났던 곳입니다.

주인공 스튜는 뉴욕에서 나름 알아주는 미디어 에이전트에서 근무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사실과는 다른 자극적인 거짓 찌라시를 유포해서 먹고 사는 하류 인간이죠. 사랑스러운 부인이 있음에도 고객과 바람을 피는 나쁜 놈입니다. 스튜가 이 공중전화 부스에서 통화를 마치고 돌아설 때 그의 뒤에서 벨 소리가 울립니다. 무심코 수화기를 든 스튜에게 정체불명의 남성이 협박을 하기 시작합니다. 남성은 스튜의 일거수 일투족을 근처 건물에서 지켜보고 있으며, 전화를 끊거나 공중전화 부스를 벗어나면 저격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말합니다. 장난 전화로 치부하던 스튜에게 남성은 스튜의 세세한 신상을 읊어주며 장난이 아님을 알리죠.

곧이어 스튜에게 공중전화 부스에서 나오라며 시비를 걸던 또 다른 남성이 저격총에 맞아 살해당하는 것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스튜는 이것이 장난이 아님을 확실히 깨닫게 됩니다. 경찰이 출동하고 스튜는 경찰과 시민들에게 살해범으로 몰리지만 여전히 공중전화 부스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정체불명의 남성은 스튜에게 죽기 싫으면 여태 살면서 해왔던 더러운 짓들을 사람들에게 다 털어놓으라고 하죠. 스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부인과 경찰, 시민들에게 그간 자신의 잘못에 대해 고해성사를 합니다. 결국 스튜는 살아남고, 저격수는 발각됐으나 자살한 후였죠. 하지만 진범은 따로 있었습니다. 앰뷸런스에 있는 스튜에게 진범이 다가와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영화는 끝나게 됩니다.

웰 메이드 작품

영화는 줄곧 폰부스를 배경으로 진행됩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뛰어난 영상미와 같이 우리가 영화에서 기대하는 요소들은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내 같은 앵글로 폰부스를 비추는데 그 다음이 궁금하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영화입니다. 이런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는 콜린 파렐의 연기력이 8할을 차지합니다. 수화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목숨을 위협당하는 남자의 처절하고 찌질한 연기가 정말 압권입니다. 도대체 범인은 왜 이런 일을 벌인 것인지, 스튜의 만행을 널리 알리고 가르침을 주는 것이 범인이 살해한 사람들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차치한다면 저예산 영화이지만 정말 잘 만든 영화가 분명합니다.

뉴욕의 잘 나가는 미디어 에이전시였던 스튜는 배짱이 두둑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 정체불명의 남성에게는 벌벌 떨죠. 이는 "나는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알고, 감시하고 있다."라는 상황 설정에 기반합니다. 상대방은 나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지만 나는 상대방이 누군지조차 모르는 정보의 비대칭이 가져다 주는 공포감. 흔히 우리는 낯선 것에 대해 1차적으로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것이 사물이건, 장소건, 사람이건 잘 알지 못하는 것은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입니다. 영화 '폰부스'는 우리의 이런 긴장감과 공포감을 잘 활용한 영화입니다.

요즘 개봉하는 영화들에 비하면 81분의 러닝타임은 정말 짧지만 공중전화 부스 하나만을 배경으로 콜린 파렐 혼자 81분을 이끌어간 것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이지만 쫄깃한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p.s. 덤으로 콜린 파렐의 주름 없는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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