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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기록

늑대아이 : '늑대', '인간' 그리고 '어머니'

by 곰푸 2021.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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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봉 : 2012.09.13.
  • 등급 : 전체 관람가
  • 장르 : 애니메이션, 판타지, 멜로/로맨스, 드라마, 모험, 가족
  • 국가 : 일본
  • 러닝타임 : 117분
  • 배급 : (주)미디어데이
  • 감독 : 호소다 마모루
  • 주연(목소리) : 미야자키 아오이(하나), 오오사와 타카오(늑대인간), 쿠로키 하루(유키), 니시이 유키토(아메)

'굳건'한 가족의 모습

'하나'는 장학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 생활을 하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어느 날 강의실 한 구석에서 허름한 차림에 교과서도 없이 강의를 듣는 '그'에게 시선을 사로잡히고 말죠. '하나'는 어딘지 모르게 짠한 '그'에게 교과서를 빌려주며 다정하게 다가갑니다. 각자 바쁜 삶을 살던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깊은 사이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그'가 '하나'에게 고백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그'가 평범한 인간이 아닌 늑대인간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를 들은 '하나'는 당황하지만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기에 '그'와 함께 하기로 결심하죠.

인간인 '하나'와 늑대인간인 '그'는 동화 같은 사랑을 하고 둘 사이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남매 '유키'와 '아메'가 태어납니다. 너무나도 단란한 그들의 모습에 하늘이 질투라도 한 걸까요? 사냥을 하러 나갔던 '그'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고 험한 세상에 '하나'와 '유키', '아메' 만을 남겨두고 떠나게 됩니다. '하나'는 '그'와 같이 늑대인간인 두 남매를 위해 산골마을로 이사를 가게 되고 꿋꿋하게 살아갑니다. '유키'는 남매 중 누나로 눈 내리는 날 태어나 '유키'라는 이름을, '아메'는 남동생으로 비 내리는 날 태어나 '아메'라는 이름을 얻게 됩니다. 활발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유키'와 달리 '아메'는 내성적인 성격에 학교보다는 자연을 더 좋아하죠.

'유키'와 '아메'는 커가면서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하나'는 그런 '유키'와 '아메'를 옆에서 사랑으로 보듬으며 어떠한 선택도 강요하지 않죠. 결국 '유키'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아메'는 늑대로서의 삶을 선택하고, '하나'는 그런 아이들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필모그래피로는 '미래의 미라이', '괴물의 아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이 있습니다. 제목만 들어도 알법한 유명한 작품들이죠. 저는 '늑대아이'가 개봉하던 당시 부모님의 손을 잡고 극장을 가득 채운 아이들 사이에서 혼자 영화를 보았습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 작품 특유의 따뜻함과 아름다운 영상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아직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즐겁거나 흥분하며 늑대 귀가 쫑긋, 꼬리가 나오며 온 들판을 뛰노는 '유키'와 '아메'의 웃음소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한 상상을 하게 하죠.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을 꼽으라면 '하나'와 '유키', '아메'가 아무런 걱정 없이 눈이 한가득 쌓인 설원에서 달리며 미끄럼을 타던 장면입니다. 새하얀 눈과 대조되는 원색의 목도리를 두른 '유키'와 '아메'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습니다.

영화는 남편을 잃고 어린 자식들을 키우는 '하나'의 여러 모습을 담고 있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남들과 조금은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하나'가 그로 인해 깊은 슬픔이나 우울감에 잠기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몇몇은 육아하는 여성의 삶을 미화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그런 슬픔이나 우울감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보다 행복한 세 사람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리는 것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늑대로서의 삶을 선택하며 '아메'는 '하나'의 곁을 떠나게 되지만 먼 산 속에서 어렴풋이 들어오는 늑대 울음소리를 들으며 '하나'가 흐뭇하게 웃음 짓는 장면이 나오죠. '하나'는 아이들에게 어떠한 것도 강요하지 않았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함으로써 그들을 돌봤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부모가 되었을 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드물겠죠. 동화 같은 배경 속에서 행복한 세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값어치를 다한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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