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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기록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반복되는 역사

by 곰푸 2021.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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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 15세 관람가
  • 장르 : 범죄, 드라마
  • 국가 : 미국
  • 러닝타임 : 130분
  • 배급 : 넷플릭스
  • 감독 : 아론 소킨
  • 출연 : 마크 라이런스(변호사), 사챠 바론 코헨, 에디 레드메인, 조셉 고든 레빗(검사), 마이클 키튼,                                프랭크 란젤라(판사) 외

History Repeats Itself

1968년은 미국 역사상 대혼란의 시대였습니다. 명분 없는 베트남 전쟁으로 수많은 미국인들이 죽어가자 반대 여론은 나날이 거세졌고,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의 암살로 미국 전역에서는 연이어 시위가 벌어졌죠. 시위대들은 각자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카고에서 시위를 벌이기 위해 준비합니다. 시카고 시장은 그 어떤 집회도 불허한 가운데 공원에 모인 시위대는 각자 평화적 방식으로 시위를 이어갔지만, 공권력이 이를 강제로 진압하며 유혈사태가 일어나게 됩니다.

당시 새로 정권을 잡은 닉슨 정부는 반전 시위를 주도한 이들을 본보기 삼기 위해 법정에 세우려 합니다. 신임 법무부 장관의 추천을 받은 검사(조셉 고든 레빗)에게 '시카고 7' 사건을 맡게 될 테니 이들을 모두 최소 10년 이상 징역형을 받도록 만들라고 '지시'하죠. 애당초 판결이 정해진 재판. 영화는 이러한 부조리를 빠른 호흡과 각기 다른 인물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억압에 대항했던 당시를 잊지 말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재판을 맡은 판사(프랭크 란젤라) 역시 지극히 편향된 입장을 고수하고 검찰 측은 배심원 조작, 주요 증인의 증언을 감추는 등 온갖 만행을 일삼죠.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이처럼 1968년 민주당 시카고 전당대회장 주변에서 베트남전 반대 시위를 하던 젊은이들이 폭동 음모죄로 체포된 뒤 벌어지는 재판을 다룬 실화 바탕 영화입니다.

억압에 대항하는 것은 투사가 아닌 평범한 우리들입니다

'바비 실'로 대변되는 흑인을 대하는 검찰과 판사의 모습은 얼마 전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미국 전역을 들끓게 했던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아론 소킨 감독은 엄청난 양의 대사를 쉴새 없이 몰아치기로 유명한 감독입니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역시 초반 30분 동안 영화의 전반적인 배경을 설명하고 캐릭터들을 나타내는 중요한 대사들이 빛의 속도로 지나갑니다. 자막을 읽어야 하는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집중이 흐트러지면 영화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말이죠. 아론 소킨의 이런 연출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이 대사들이 함축하는 의미를 음미하는 데 아주 큰 재미를 느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소 이해가 되지 않고 지루한 영화로 비칠 수 있습니다. 휴식을 취하려고 넷플릭스를 켰다면 그다지 추천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대사들의 흐름을 모두 따라가고 배경과 인물들에 몰입했다면 그 대사들의 자연스러운 티키타카가 무엇보다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진보인지 보수인지. 좌인지 우인지보다 '사람'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으로서 응당 누리는 권리인 '인권'을 존중받지 못한다면 좌인지 우인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이죠. 최근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통해 공권력이 하나 되어 개개인의 인권을 유린하는 사태의 심각성과 무자비함에 가슴이 먹먹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톰이 마지막 재판에서 베트남전에서 희생당한 4천여 명의 이름을 부르며 발언을 마무리한 장면은 이 같은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해 주고 있죠.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묘미는 결말 장면보다는 재판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개개인을 그린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재판의 피고인 7인을 투사로 표현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그들 역시 자신들이 혁명가로 우상화되는 것을 견제하고 단점을 지닌 인간임이 강조됩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선 재판장의 피고인이 그들이 아닌 '우리 중 누구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죠. 그렇게 공권력의 억압에 대항하는 것은 투사가 아닌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론 소킨 감독을 좋아합니다.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드라마 <뉴스룸>이었습니다. <뉴스룸>은 시즌3까지 나온 HBO의 미국 드라마로 '윌 맥어보이' 역의 제프 다니엘스와 '맥켄지 맥헤일' 역의 에밀리 모티머 등이 주연으로 나온 언론, 정치를 주제로 한 역시나 대사가 엄청나게 많은 드라마입니다.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면 <뉴스룸> 역시 아주 흥미진진하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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