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드라마 기록

킹메이커 : 말맛집, 연기맛집, 연출맛집

by 곰푸 2022. 2. 10.
반응형

  • 개봉 : 2022.01.26.
  • 등급 : 15세 관람가
  • 장르 : 드라마
  • 국가 : 한국
  • 러닝타임 : 123분
  • 배급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감독 : 변성현
  • 주연 : 설경구(김운범), 이선균(서창대)
  • 조연 : 유재명(김영호), 조우진(이실장), 박인환(강인산), 이해영(이한상), 김성오(박비서) 등

대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북 출신으로 시골 마을 강원도 인제에서 약방을 운영하던 '서창대'는 세상 바뀌는 꼴이 보고 싶다며 세상을 바꾸겠다는 정치인 '김운범'을 찾아갑니다. 연이은 낙선에도 정도의 길을 걸으며 고리타분한 선거 전략을 고수하는 운범에게 창대는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플라톤을 인용하며 자신을 이용해 달라고 합니다. 운범은 결국 창대를 받아들이고 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전략들로 운범을 당선시킵니다. 운범을 빛내기 위해 더 짙은 그림자가 된 창대 덕에 운범은 당을 대표하여 대통령 후보로 올라서게 됩니다.

헌법을 개헌하면서까지 영구집권을 꿈꿨던 여당은 선거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야당은 세상을 바꾸겠단 일념으로 치열한 선거 공판을 이어나갑니다. 그러던 중 운범이 내세운 공약 중 하나가 당시 민감했던 대북문제와 엮이며 운범은 위기를 맞게 되고 이를 뒤집을 묘수를 고민합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며 제안한 창대의 전략을 운범은 "쇼가 하고 싶으면 서커스 극단으로 가라"는 말로 묵살시킵니다. 미국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떠난 운범의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야당은 이를 여당의 공격으로 몰아갔습니다. 하지만 결국 유력한 용의자로 창대가 지목되고 야당의 자작극이었단 비난에 놓이게 됩니다.

그림자 행세에 지쳐가던 창대는 폭발 사고로 자신의 신뢰하지 못한 운범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둘은 갈라서게 됩니다. 이후 여당은 남과 북으로 나뉜 대한민국을 다시금 동과 서로 나눠 갈등을 조장하고 선거에서 승리합니다. 그렇게 세상은 바뀌지 못한 채 영화는 씁쓸하게 끝이 납니다.

말맛, 연기맛, 연출맛 삼박자가 어우러진 영화

영화 <킹메이커>에서 김운범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며, 서창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책사였던 엄창록을 모티브로 한 인물입니다. 엄창록은 당시 '선거판의 여우'라고 불릴 정도로 전략과 술수에 능했다고 하며, 그림자로 살았던 그에 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습니다. 과거를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엄창록이라는 인물을 재조명하고 당시 팽배했던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를 떠올리며 헛웃음 짓게 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근현대사 교과서 속에서 평면적이고 간략하게 암기했던 시대의 인물들이 등장해 당시의 선거판을 맛깔나게 보여주었습니다. 나아가 모두에게 지금 우리의 정치판이 과연 나아졌는지를 반문하게 하는 영화인 듯합니다.

영화가 그리는 시대적 배경은 박정희 정권부터 김대중 대통령 시절까지 이어집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장기집권을 위한 3선 금지 헌법을 개헌하고 영구집권체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3선 개헌으로 전국적인 시위가 확산되었지만 민주공화당은 개헌안과 국민투표 법안을 몰래 통과시켜 개헌을 확정시켜 버립니다. 이후 김대중 후보는 신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김영삼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되지만 호남과 영남 지방 갈등을 조장한 박정희 대통령 후보의 술수에 선거에서 패하고 맙니다.

 

여당의 선거 전략가 '이실장'은 조연으로 등장했지만 주연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인물입니다. 그는 대의와 정의가 권력이라는 목적 앞에서 어떻게 변형되고 합리화되는지를 열변합니다. 그 역시 각하의 대의를 믿는다며, 그것이 자신에게 정의라고 말합니다. 가진 자들에게서 많이 들었던 '정의란 것이 원래 승자의 단어'임을, '성공한 쿠데타가 혁명이 되는 원리'를 열변하며 이긴 사람이 곧 정의라고 말하죠. 우리 모두가 대의를 위해 산다고 말하는 그의 말이 조우진 배우님의 열연과 만나 순간 설득력 있게 다가와 영화를 보면서 흠칫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후보자들이 남발하는 말과 공약 속에 정의와 대의가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확인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서창대의 대사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