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드라마 기록

반창꼬 : '사랑'보다는 '사람' 이야기

by 곰푸 2022. 1. 24.
반응형

  • 개봉 : 2012.12.19.
  • 등급 : 15세 관람가
  • 장르 : 드라마, 멜로/로맨스
  • 국가 : 한국
  • 러닝타임 : 120분
  • 배급 : (주) NEW
  • 감독 : 정기훈
  • 주연 : 고수(강일), 한효주(미수)
  • 조연 : 마동석(대장), 김성오(용수), 현쥬니(현경), 진서연(하윤), 윤세웅(창호)

'사랑'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강일'은 매일 목숨을 내놓고 사건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대원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지만 정작 과거 사랑했던 아내는 구하지 못했다는 상처를 간직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죠. '미수'는 행동에 거침이 없는 소위 잘 나가는 의사입니다. 그런 그녀의 의료 실수로 환자가 뇌사 상태에 이르게 되고 미수는 의료 사고 소송과 의사 면허까지 위협당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뇌사 상태에 이른 보호자의 남편에게 위협을 받던 중 강일의 도움을 받게 되고 이 일로 강일은 조그마한 부상을 입게 됩니다. 미수는 강일의 부상을 빌미로 보호자를 폭행죄로 고소해 재판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하지만 강일은 이를 냉정하게 거절합니다.

이후 미수는 자살시도를 빙자해 강일의 앞에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강일은 미수의 이런 이기적인 모습에 치를 떨며 뜻을 굽히지 않죠. 결국 미수는 강일을 설득하는 것에서 노선을 바꿔 강일을 꼬시기로 마음 먹습니다. 우연히 119 구조대 의용대원이란 것을 알게 되고 자원하여 강일과 같이 일하게 되죠. 처음에는 이런 미수의 속내가 훤히 보여 강일은 아니꼽게 여겼지만 이내 미수와 함께 사건 현장을 다니며 정이 쌓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함께 출동한 사건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냉동창고에 같이 갇히고 맙니다.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가까스로 구조된 둘은 그 날 이후 서로에게 호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술만 마시면 죽은 아내가 보이는 강일은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며 눈물짓습니다. 미수는 그런 강일의 안쓰러운 모습마저 이해하기로 마음먹죠. 가스 폭발 사고부터 차량 충돌 사고까지 위험한 사고 현장을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는 강일이 걱정스러운 미수. 게다가 미수의 의료 사고 소송과 의사 면허 정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옵니다.

생사가 오가는 치열한 현장에서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상처는 돌보지 못하는 강일과 미수. 강일과 미수는 서로를 이해하고 한층 더 깊게 사랑할 수 있을까요?

상처가 아물 시간을 벌어주는 반창꼬

영화 <반창꼬> 개봉 당시 고수와 한효주의 조합이란 소식에 영화관을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큰 스크린으로 보아도 둘의 조합은 흐뭇했고 군데군데 맛깔난 조연 배우들 덕에 한층 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영화였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이 늘게 되며 넷플릭스를 통해 <반창꼬>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플레이 당시에는 저번에 봤던 영화이니 지루하면 바로 꺼버려야지 하는 생각에 틀었는데 어느새 엔딩 크레딧까지 보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이기도 했거니와 요즘은 흔해 빠지고 시시하단 이유로 쓰지 않는 클리셰 같은 스토리를 보는 재미 때문에 끝까지 보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하늘하늘한 옷차림을 한 한효주와 다부진 체격의 고수를 보는 흐뭇함도 한몫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볼 때는 '반창고'를 귀엽게 표현한 <반창꼬>가 상처에 붙여서 그 상처를 아물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시금 영화를 보게 되니 '반창고'는 상처가 아물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삼모사이긴 하지만 반창고가 상처를 아물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반창고를 붙임으로써 상처가 자가 치유되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강일과 미수는 각자 상처를 갖고 있지만 서로를 통해 상처가 아물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누구나 크든 작든 저마다의 상처를 갖고 살아갑니다. 남의 커다란 상처보다는 지금 당장 나에게 닥친 작은 상처가 더 아픈 법이죠. 영화 <반창꼬>를 보면서 지금 흉지고 덧나고 아물기도 했던 나의 상처들은 무엇이었을지 떠올려보았습니다. 상처를 냈던 사람, 덧나기도 했지만 아물게끔 했던 사람은 누가 있었을까도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국 상처는 스스로 치유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상처를 잘 치유할 수 있게끔 도와줄 <반창꼬> 같은 누군가가 있다면 훨씬 수월하겠죠. 단지 예쁜 로맨스 영화가 아닌 저마다의 크고 작은 상처들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