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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기록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May I kill Him?" "Yes"

by 곰푸 2022.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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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봉 : 2012.01.11.
  •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장르 : 스릴러, 드라마
  • 국가 : 미국, 스웨덴, 영국, 독일
  • 러닝타임 : 158분
  • 배급 :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 감독 : 데이빗 핀처
  • 주연 : 다니엘 크레이그(미카엘 블롬크비스트), 루니 마라(리스베트 살란데르)
  • 조연 : 크로스토퍼 플러머(헨리크 방예르), 스텔란 스타스가드(마르틴 방예르)
  • 수상내역 : 38회 새턴 어워즈(최우수 호러, 스릴러상), 8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편집상), 17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편집상)

웰메이드 스릴러, 19금 줄거리

신념이 강한 기자 '미카엘'은 부패한 재벌에 대한 폭로 기사를 쓰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단 사실로 소송에 시달립니다. 가진 재산을 모두 날리고 소송에서 패소할 위기에 처한 그에게 스웨덴의 가족 기업 '방예르' 회장인 '헨리크'가 연락해 옵니다. 대의적인 명분은 '헨리크'의 자서전을 쓰는 것이지만 '헨리크'가 '미카엘'에게 실제로 의뢰한 것은 40년 전 감쪽같이 사라진 손녀 '하리에트'의 사건을 조사해 달라는 것. '미카엘'의 연봉 2배와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증거를 제공하겠다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미카엘'은 '헨리크'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미카엘'은 무려 40년 전 사건을 조사하러 방예르 가문 소유의 섬, 헤데스타드의 작은 오두막 집에 머물게 됩니다. '헨리크'로부터 방대한 자료를 건네받은 '미카엘'은 기자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료들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재구성해 갑니다. 방예르 가문의 주변 인물들을 하나하나 만나며 '하리에트'가 사라진 날의 실마리를 풀어가고 '헨리크'에게 조수를 요청하고 범상치 않은 외모의 천재 해커 '리스베트'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몸에 용 문신을 한 정신병력이 있지만 해킹 실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재적인 여성이었습니다. '미카엘'의 본능적 집요함과 '리스베트'의 천재적 해킹 능력으로 무려 40년 전 미궁에 빠졌던 사건의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줘 갑니다.

영화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주연인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각기 다른 시선으로 흘러갑니다. '리스베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정신병력으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보호사의 보호감호 속에 살아갑니다. 그녀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대해줬던 보호감호사가 뇌출혈로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자 새로운 사회보호사가 그녀를 맡게 되고 그는 그녀의 그런 환경을 이용해 그녀를 성적으로 착취합니다. 그녀의 계좌에 들어있는 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회보호사의 허락이 필요했고 그는 이를 이용해 그녀에게 구강성교, 심지어는 성폭행까지 자행합니다. '리스베트'는 울부짖으며 이를 모두 감내하고 영화가 전개되며 그녀를 착취했던 사회보호사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아줍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었지만 '리스베트'가 사회보호사의 상반신에 "나는 돼지이며 강간범입니다."라는 문구를 문신하는 장면은 영화 중 가장 통쾌한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미카엘'은 자신과 식사를 하기 위해 방문한 딸 '닐로'로부터 뜻밖에 사건을 풀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얻게 되고 성경 구절을 활용해 헤데스타드에서 수십 년 간 활동 중인 여자들만을 노린 연쇄 살인마의 존재를 밝혀냅니다. '미카엘'과 '리스베트'는 각각의 방식으로 연쇄 살인마의 존재를 찾고 그 과정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미카엘'을 '리스베트'가 구해 주며 '리스베트'에 의해 연쇄 살인마는 화염에 휩싸인 채 죽게 됩니다. '미카엘'을 구하고 '연쇄 살인마'를 잡으러 가기 전 '리스베트'가 그를 죽여도 되냐고 '미카엘'에게 허락을 구하는 이 대사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과연 수십년 간 활동한 연쇄 살인마의 정체는 누구일까요? 40년 전 사라진 소녀 '하리에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폭력으로부터 도망친 사람과 맞서 싸운 이의 이야기

영화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스티그 라리손의 소설 '밀레니엄' 3부작 중 1부작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를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작품 속에는 나치, 성경, 기자, 해커 등 스릴러 작품에서 흥미를 끌 만한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합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1995년 <세븐>, 1999년 <파이트 클럽>, 2007년 <조디악> 등 남성적이고 어두운 작품 외에도 2009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10년 <소셜 네트워크>, 2018년 <거미줄에 걸린 소녀> 등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무엇보다 '리스베트' 역을 맡은 루니 마라의 파격적인 변신을 볼 수 있습니다. 루니 마라는 2010년 <소셜 네트워크> 속 에리카 앨브라이트 역을 맡았고 이후 2014년 <그녀(HER)>에서 적은 분량이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캐서린' 역을, 2016년 <캐롤>에서 '테레즈' 역을 연기했습니다. 처음에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보고 '리스베트' 역을 새로운 신인 배우가 연기한 줄 알았는데 루니 마라란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를 창백한 피부톤과 짙은 눈 화장, 무엇보다 눈썹을 모두 지우고 피어싱과 용문신을 한 그녀의 모습은 전혀 다른 루니 마라의 모습이었습니다. 

'리스베트' 역의 루니 마라

(아래부터는 주관적인 감상과 함께 핵심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하리에트'는 가문의 남자들, 그녀의 아버지와 오빠로부터 강간과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무려 친아버지와 친오빠로부터 강간이라니. 끔찍한 유년시절을 보낸 그녀는 친아버지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지만 아버지 '고트프리드'의 영향을 받은 오빠 '마르틴'이 아버지보다 더욱 진화한 사이코패스란 사실에 절망합니다. '헨리크'에게 연쇄 살인마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다 하지 못하고 '아니타'의 도움으로 헤데스타드 섬으로부터 도망칩니다. 그야말로 증발해 버리듯 없어진 것이죠. 이후 '마르틴'은 방예르 회사를 이끌며 25년이란 긴 시간 동안 들키지 않고 여자들을 납치, 감금, 성폭행한 후 시체를 유기하며 자신만의 취미 생활을 즐깁니다.

'미카엘'이 '마르틴'의 정체를 알고서 그의 집에 잠입했다가 '마르틴'의 지하실에 갇히는 일련의 순간들은 엄청난 몰입감을 보여주면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마르틴'을 골프채로 내려치며 간신히 '미카엘'을 구한 '리스베트'는 총을 챙겨 그의 뒤를 쫓습니다. 어린 시절 도망친 '하리에트'와는 대조적으로 '리스베트'는 '미카엘'을 쫓고 결국 그를 죽이는데 성공합니다. 영화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거대한 폭력으로부터 도망친 '하리에트'와 맞선 '리스베트'라는 두 여성을 통해 폭력을 마주하는 다른 태도를 보여줍니다. 어릴 적부터 정신 병력을 앓아 사회의 보호가 필요하다 여겨지는 '리스베트'가 거대한 힘에 맞서 악을 처단하는 모습은 그래서인지 통쾌한 감정을 불러왔습니다. 물론 '하리에트'의 선택 역시 충분히 이해가 가기에 평가를 내린다기 보단 서로 다른 선택을 통해 '리스베트'의 행동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를 강조했다고 생각합니다.

15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지만 영화는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짧은 영상들에 익숙해진 터라 긴 호흡의 영화를 보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다고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결코 긴 호흡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영화입니다.

 

p.s. 원작의 부제는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입니다. 개인적으로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부제를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로 바꾼 것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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