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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기록

모가디슈 : 지옥에서 탈출하라!

by 곰푸 2021.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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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봉 : 2021.07.28.
  • 등급 : 15세 관람가
  • 장르 : 액션, 드라마
  • 국가 : 한국
  • 러닝타임 : 121분
  • 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 감독 : 류승완
  • 주연 : 김윤석(한신성 대사), 조인성(강대진 참사관), 허준호(림용수 대사), 구교환(태준기 참사관)

실화를 각색한 줄거리

영화 <모가디슈>는 2006년 발간된 강신성 대사의 소설 '탈출'을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소설은 1991년 당시 내전으로 고립된 모가디슈를 탈출하기 위해 북한 림용수 대사 가족, 직원들과 함께 한 15일간의 탈출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영화 <모가디슈>는 이 탈출기를 각색하여 긴박함을 극대화해 스크린으로 옮겼습니다. 실제 촬영은 소말리아가 아닌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보다 먼저 UN가입을 이루겠단 목표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칩니다. 당시 UN가입의 열쇠를 쥐고 있던 아프리카 국가들을 포섭하기 위해 각국 대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었죠. 소말리아의 한국 대사 한신성은 소말리아 대통령과의 면담시간을 가까스로 얻어내고 대통령에게 줄 선물이 대한민국으로부터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기부 출신 강대진 참사관이 선물을 들고 소말리아로 입국하고 그들은 대통령궁으로 향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보를 미리 입수한 북 대사관이 보낸 소말리아 괴한들에게 선물을 빼앗기고 설상가상으로 총알로 난도질당한 차는 도로에 퍼지고 맙니다. 그렇게 대통령의 면담시간에 10분 늦었단 이유로 어렵게 얻은 대통령과의 면담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상심한 채 발걸음을 돌리던 한대사 일행은 그곳에서 북 대사 림용수 일행을 보게 되고 이 모든 일들이 북의 방해 공작 때문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가만있을 수 없던 강대진은 자신이 평소 알던 외신기자와 접촉해 북이 반군에게 불법으로 무기를 판다는 거짓 정보를 흘리고 이를 빌미로 소말리아 고위 관료와 접촉합니다. 그렇게 소말리아의 대한민국 지지를 호소하지만 또다시 북의 방해공작으로 일이 틀어지고 맙니다.

이때 소말리아 대통령의 오랜 독재에 분노한 시위대가 대규모 시위를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리라 여긴 폭동은 사그라들지 않고 반란군이 도심으로 진격하며 내전으로 번집니다. 일순간에 모가디슈는 아비규환의 무정부 상태가 되고 남북 대사관은 통신마저 끊긴 채 고립됩니다. 다행히 한대사 일행은 강대진의 기지로 소말리아 정부로부터 병력을 지원받아 대한민국 대사관저를 지키게 됩니다. 반면 북 대사관저는 무장한 반군 시위대에게 식량과 귀중품을 모조리 빼앗겨 목숨을 걸고 중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고 가죠. 가던 중 시위대에 포위되고 어쩔수 없이 한국 대사관저의 문을 두들깁니다. 한대사 일행은 어제의 원수가 난리통 속에 목숨을 구해달라며 나타나 깊은 고민에 빠지죠. 한대사 일행은 북 대사 일행에게 도움을 베풀까요? 그들은 1991년 지옥 속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요?

지옥에서 탈출한 15일간의 실화

재밌게 봤던 영화인 <엑시트>와 <베테랑>, <베를린> 등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류승완 감독의 2021년 신작 <모가디슈>가 개봉한단 소식에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극장을 찾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극장가는 한산했지만 드문드문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았죠. 1991년 모가디슈의 상황이나 한신성 대사의 소설 등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채로 영화를 봐서 그런지 보는 내내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내전이 벌어지고 있고 어린 아이들마저 자신들의 몸보다 큰 총을 들고 전투를 벌인다는 게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제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당시의 긴박함을 맞닥뜨린 후에야 그곳에 고립된 15일이 얼마나 지옥 같았을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 북 대사 일행이 남 대사관저의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청하는 상황, 책과 철판 등으로 자동차를 감싼 후 이탈리아 대사관저로 향하는 모습 등 일부 각색된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보는 내내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곳곳에 긴장감을 잠시 해소시키는 상업적 유머 코드가 들어있어 너무 무거운 느낌을 주지 않아 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서 모가디슈 실화 내용을 보았을 때는 영화의 장면들이 다시금 떠올라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원수같았던 북 대사 일행을 위해 한 대사 일행이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들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고 반문하게 하며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한대사와 림대사는 모가디슈에서 탈출해 케냐에 착륙하고서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남북의 극적인 대립을 강조하기 위해 눈짓으로 인사를 하고 만 것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15일간의 극적인 탈출기를 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분단국가의 설움이나 아픔을 되새기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큰 스크린으로 보는 것을 추천하지만 놓쳤다면 넷플릭스로 봐도 긴장감 넘치고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p.s. <D.P.>의 한호열 역을 연기한 구교환 배우님의 또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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