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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기록

언포기버블 :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길

by 곰푸 2021.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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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봉 : 2021.11.24.
  • 등급 : 15세 관람가
  • 장르 : 드라마
  • 국가 : 미국
  • 러닝타임 : 112분
  • 감독 : 노라 핑스체이트
  • 주연 : 산드라 블록

죄와 벌, 그리고 용서

'루스'는 보안관을 살해한 죄로 20년이라는 긴 수감 생활을 거쳐 가석방됩니다. 20년이라는 세월은 너무도 길었고 바깥세상은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도시 속 소음과 높은 빌딩들, 끊임없이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 그리고 서로를 밀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루스'를 움츠러들게 합니다. 그녀는 어릴 적 부모님 없이 5살 어린 동생과 집을 지키려다 감옥에 가게 되죠. 누구나 저마다의 사정이 있겠지만 사회가 범죄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예상대로 차갑습니다. 목수로서 소질이 있고 용접도 할 줄 알지만 cop killer인 '루스'는 온몸으로 비린내를 견디며 생선 공장에서 일해야 하죠. <언포기버블>에서 '루스'는 동생 케이티의 일이 아니면 그 어떤 부당한 차별에도 맞서지 않습니다. 체념한 채 그저 묵묵히 주어진 하루를 버텨갈 뿐이죠.

감옥에 있는 동안 케이티에게 무수히 많은 편지를 보냈지만 '루스'는 케이티의 소식을 알 수 없었습니다. '루스'가 감옥에 가기 전 살았던 집에서 현재 살고 있는 변호사를 통해 케이티의 양부모님을 만나게 되지만 살인자인 그녀가 케이티의 삶에서 없어지는 게 좋다고 하며 그녀에게서 케이티를 잊으라고 합니다. 영화에서 모든 것을 참고 견디던 '루스'가 이 장면에서 분노를 표출합니다. 케이티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다 잊은 게 맞는지,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양부모와 사회에 울부짖죠.

한편, '루스'로 인해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두 아들 역시 '루스'의 가석방 소식을 듣고 분개합니다. 명예롭고 자상했던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 후 어머니와 가족들의 삶은 그야말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죠. 술로 삶을 지탱하던 어머니는 병석에 누워 있고 두 아들 모두 살아가고는 있지만 생기를 잃은 듯 보였습니다. 고작 20년의 형을 살고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 않은 척 세상에 나와 살아가는 살인자에게 복수를 결심하죠.

'제목'의 의미?

<언포기버블>은 원래 3부작 드라마였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고 합니다. 소설에 대해 알지 못하고 영화를 보아서인지 112분 안에 3부작 드라마의 모든 내용을 담지는 못한 듯 의문을 남긴 채로 영화는 끝났습니다. '루스'의 가족사와 왜 그 집을 그렇게 나가지 않으려 했는지 등 많은 부분이 의문으로 남았죠. <언포기버블>은 <버드 박스> 이후 나온 '산드라 블록'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버드 박스> 만큼의 긴장감과 재미는 아니었지만 믿고 보는 '산드라 블록'의 명품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산드라 블록'이 연기한 '루스 슬레이터'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영화를 보면 훨씬 더 집중이 잘됩니다.

영화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루스'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로 20년 간 복역하다 가석방되며, 이후에도 온갖 차별을 당합니다. 아마 전과자 그리고 경찰 살인범이라는 꼬리표는 '루스'가 죽어서도 지워지지 않을 낙인이겠죠. 사실상 영화의 줄거리는 너무도 식상합니다. 그럼에도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에, 산드라 블록의 연기를 통해 그 질문을 더욱 더 어렵게 만들기에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입니다.

살인과 같은 중범죄를 저지르고 사회에 나온 전과자를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보아야 할까요? 그들이 정해진 형량을 모두 채웠다고 해서 그들의 죄가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형량을 채움으로써 죗값을 치뤘다고 우리는 이해할 수 있을까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그런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러한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날 속에서는 떠올리지 않는 물음들입니다. 영화는 <언포기버블>이라는 주어와 목적어가 없는 제목을 택했습니다. "누가" "누구를" 용서할 수 없단 것일까요? 전과자를 바라보는 차가운 사회의 시선일까요, 피해자와 그 가족이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단 것일까요? 그도 아니면 둘 다일까요.

어쩌면 영화는 '용서할 수 없는'이라는 제목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길 바라는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극장에서 보긴 지루할 법도 하지만 집에서 넷플릭스로 보기에는 몰입도도 높고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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