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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기록

밤쉘 : 끝나고 비로소 시작되는 영화

by 곰푸 2021.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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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봉 : 2020.07.08.
  • 등급 : 15세 관람가
  • 장르 : 드라마
  • 국가 : 캐나다, 미국
  • 러닝타임 : 109분
  • 배급 : 씨나몬㈜홈초이스
  • 감독 : 제이 로치
  • 주연 : 샤를리즈 테론(메긴 켈리), 니콜 키드먼(그레천 칼슨), 마고 로비(케일라 포스피실) + 존 리스고(로저 에일스)

권력형 성범죄의 심각성

영화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폭스뉴스의 간판앵커 메긴 켈리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됩니다. 우리들이 자신에 대해 한 가지는 알 것이며, 그 한가지는 입을 잘 턴다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초반 메긴 켈리는 내레이션으로 폭스뉴스의 수장인 로저 에일스가 보수 정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언론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폭스뉴스의 파워게임의 순환방식을 빌딩의 구조를 빌려 설명합니다.

당시 언론사 최고의 거물이자 폭스뉴스의 창시자인 '로저 에일스'는 TV가 시각매체임을 주장하며 여성 방송인들이 다리가 노출되도록 짧은 치마를 입길 강요합니다. 다리가 보다 잘 드러나도록 카메라 시선을 유도하기도 하죠. 일명 "Leg Camera"가 그것입니다. 이는 대중들을 자극해 시선을 사로잡고 방송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기업가의 전략으로 생각됩니다. 나가가 그는 자신의 권력을 바탕으로 여성 직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치마를 걷어올리게 만들고 그것을 충성심 표현의 일환으로 길들입니다. 영화 <밤쉘>은 이렇게 권련을 쥔 자에게 부당한 줄 알면서도 길들여지는 여성들을 적나라하게 담아냄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굉장한 불쾌감을 자아냅니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와 설전을 벌인 메긴 켈리는 트럼프의 연이은 트위터 공격으로 매시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한편, 동료 앵커인 그레천 칼슨은 폭스뉴스 회장인 로저 에일스의 더러운 성범죄를 고소하고 이에 메긴은 물론 폭스뉴스 내부 인원들은 충격을 받습니다. 그레천은 말하죠. 자신이 폭로를 함으로써 물꼬를 트면 다른 피해자 여성들이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성추행 피해 사실을 입증하고자 노력한 그레천은 고립되어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입니다. 옳고 그름이 명백히 보이는 상황에서 주변 여성 동료들은 옳은 선택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밤쉘>의 결말 부분에서 케일라의 선택을 보여주는 것은 권력형 성범죄를 향한 싸움이 이제 시작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영화는 끝나고 이제 현실에서 우리는 이 싸움을 계속할지 멈출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들은 영웅이 아니다

<밤쉘>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폭스뉴스의 창립자이자 전 사장이었던 로저 에일스의 성추문을 폭로하고 그의 해고를 이끌어낸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철저히 실화에 바탕을 두기보단 허구를 가미하였습니다. 영화의 등장 인물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케일라 포스피실은 메긴 켈리나 그레천 칼슨과 달리 실존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성공하고자 권력자에게 자신을 어필해야만 했던,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기 위해 영화에서 극적으로 표현한 인물입니다. 또 레즈비언으로 등장한 제스 칼은 보수적인 폭스뉴스 내부의 복잡함을 표현하기 위한 허구의 캐릭터입니다.

영화의 주연배우이자 제작자인 샤를리즈 테론은 <밤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화 속 그녀들을 영웅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며 그녀들이 과거에 말했던 것을 숨기지 않았고 영화에 반영했다고 말이죠. 그럼으로써 그녀들의 진정성을 보여주고자 했고, 그녀들이 한 일이 여전히 믿기 힘들 만큼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녀들이 미디어 거물인 로저 에일스를 제거한 방식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하죠. 실제로 샤를리즈 테론의 말처럼 영화 속 메긴 켈리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대놓고 하는 인물로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그녀의 모든 면모를 담음으로써 <밤쉘>이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으로 영웅 서사를 그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죠.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를 잘 만들어서 그런 거겠죠. 특히 케일라가 로저 에일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의 사무실에서 몸매를 드러내고 치마를 올리라는 부당한 명령에 굉장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끼지만 따를 수밖에 없는 장면에서는 일시정지를 하고 심호흡을 해야 할 정도로 화가 났습니다. <밤쉘>은 권력의 정점에서 기회를 줄 권리를 가진 남성들이 행사하는 부조리를 성공하고픈 여성들이 당연하게 감내해야만 했던 시대가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과거형일 수도 어쩌면 불행하게도 현재 진행형일 수도 있죠.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자아냈던 데는 지금 우리의 사회 시스템이 결코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옳지 않음을 알고 있고 이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영웅이 아닌 우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어쩌면 <밤쉘>이 주고자 했던 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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