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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기록

소년심판 : 범죄를 택한 것도,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모두 선택의 문제

by 곰푸 2022.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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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르 : 법정, 범죄, 스릴러, 드라마
  • 제작사 : 길픽쳐스
  • 배급사 : 넷플릭스
  • 오픈일 : 2022.02.25. (10부작)
  • 연출 : 홍종찬
  • 작가 : 김민석
  • 시청등급 : 18세 이상 관람가
  • 출연진 : 김혜수(심은석 / 우배석), 김무열(차태주 / 좌배석), 이성민(강원중 부장판사), 이정은(나근희 부장판사)
  • TMI : 소년범 역할의 아역 배우들은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됨

강렬한 여운, 묵직한 울림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강렬한 문구와 티저 영상으로 오픈 전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웰메이드 웹드라마 <소년심판>. 요즘 유튜브의 짧은 영상에 길들여져서 드라마같이 긴 호흡의 영상을 보는 게 어렵다고 느꼈는데 그런 생각을 무색하게 만들어준 묵직한 울림을 주는 드라마였습니다. <소년심판>은 사회적 이슈인 소년법과 촉법소년에 대한 문제를 다룹니다. 매 화마다 등장하는 대부분의 범법행위들은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기에 예측 가능하지만 실화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잔혹한 수단과 뉘우치지 않는 태도에 분노가 차오르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에서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사람을 일컫습니다. 이들은 형사적 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형법 제9조에 의거 형사 처벌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게 됩니다. 소년원 송치,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등 이러한 보호처분은 실제 솜방망이 처분이란 논란이 끊이지 않고 무엇보다 이런 처분들은 장래 소년범들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습니다. 성인에 버금가는, 성인보다 더한 범법행위를 하고도 가벼운 보호처분을 받고 향후 장래 신상에 오점 하나 남지 않다니.

<소년심판>을 보기 전에는 막연하게 소년법을 폐지하거나 형사처벌이 가능한 연령을 낮춰 성인만큼이나 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드라마를 보고 난 지금, 소년법과 촉법소년의 문제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사회적 제도와 지원, 처벌의 적절성, 이후 지속적인 교화 등 소년범 한 명을 사회로 돌려보낼 수준으로 교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갖가지 요소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대한민국의 3천3백 명의 판사 중 소년부 판사는 고작 20여 명이라고 합니다. 이마저 커리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등한시하는 자리이고 20여 명의 판사들이 매년 3만 명의 소년범을 재판합니다. 극 중 나은희 부장판사가 촉법소년 재판이 왜 속도전이라고 했는지 이런 수치들을 갖고 생각해 보니 납득이 갔죠.

<소년심판>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촉법소년 범죄행위들을 모티브로 합니다. 1,2화에서 다룬 초등학생 살인사건은 실제 인천 동춘동의 초등생 유괴 살인사건을, 강원중 부장판사의 아들이 휘말린 문광고 시험지 유출건은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정의 가장을 죽음으로 내몬 곽도석 일행의 미성년자 무면허 교통사고는 대전의 중학생 렌터카 절도 운행 추돌사고가 그 배경입니다. 여러 충격적인 사건들 중에서도 저는 심은석 판사의 아들이 희생된 용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망사고와 촉법소년 범법행위의 정점에 있던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심은석 판사의 판결과 대사는 사이다였지만 드라마가 수면 위로 끄집어낸 문제들은 결코 사이다가 아니었기에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요약된 리뷰도 좋지만 꼭 시간을 내어 전체 회차를 관람하시길 추천합니다!

범죄를 택한 건 결국 소년

무엇이 이들을 범죄로 내몬 것일까. 여기서 내몰았다는 표현이 합당한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이코패스의 뇌와 일반인의 뇌가 다름을 주장한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이 떠올랐습니다. 우연히 자신의 뇌 역시 사이코패스의 뇌와 매우 흡사한 양상을 보이지만 성장환경이 달랐기에 자신은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았단 것도 함께 증명한 사람이죠. 심은석 판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정이, 그리고 환경이 소년에게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지만 다양한 선택지 중 범죄를 택한 것은 결국 소년이라고. 환경이 나쁘다고 우리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진 않는다고 말이죠.

<소년심판>은 소년범은 갱생 불가하며 그들에게 법을 어기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알려줘야 한다는 심은석 판사의 입장과, 소년범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이는 판사뿐이라는 차태주 판사의 입장을 대비하여 보여줍니다. 누구보다 소년범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가족의 범죄 행위와 본인의 야망 앞에 판사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강원중 부장판사와 소년범 재판은 속도전이라며 일체의 감정을 배제한 채 판결하는 나근희 부장판사의 시선 차를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어떤 시선과 입장이 옳은 지를 가리는 것이 아닌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죠. 아직 시즌2 제작에 대한 이야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불행하게도 모티브가 될 잔혹한 소년범죄는 너무도 많기에 웰메이드 드라마의 시즌2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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