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라길래, 많은 이들의 인간관계를 다독여 줬다기에 나름의 기대를 갖고 책을 펼쳤다.
지난번 우연한 계기로 읽고는 흥미롭고 재밌어서 아직 기억에 많이 남은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
버금갈까 해서 말이다.
음, 책을 다 읽은 지금의 감상평은 글쎄.
다들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길래 이런 아주 소소한, 당연한 말과 글에서
사람들이 위로를 얻는 건지 의문스러울 만큼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책이다.
아마 트레바리 지정도서가 아니었다면, 책을 다 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멍 때리면서 인스타그램의 감성 글귀들을 보는 것과 독서를 하는 것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그저 그런 책이었다.
그래도 인간관계에 관한 책이기에 내가 평소 인간관계에 있어 어떤 걸 중요하게 여기는지 고민해 보았다.
'선'이 아닐까. '상식'이라는 말로도 치환될 수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
물론 누구를 상대하냐에 따라 그 '선'을 정하는 주체는 타인이 아닌 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인간관계에서 가슴앓이하고,
상처받고, 넘어지면서 살아간다.
섣불리 마음을 주어서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고,
상대를 잘 믿어서 바보 같다는 것도 전혀 아니다.
이제 조금은 벽을 둔 사람으로 살아도 된다.
누구보다 여리고 착해서 그동안 맺혀있는 슬픔이 많으니,
굳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슬픔을 더 받을 필요는 없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모두를 가까이 하지 않아도 된다.
적당히 가깝게, 적당히 멀게,
그렇게 당신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 본문 234p '인간관계에도 안전거리가 필요해' 中
'상식'이란 단어에서 과거 잠깐 스치듯이 본 TV 속 장면이 떠올랐다.
요즘 사람들은 '양심'이 없다는 것을 그다지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같다.
'양심'보다는 개개인이 잘 먹고 잘 사는 데 혈안이 되어 "나 양심 없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뱉는다.
그런데 실제로 '양심없는 행동'이 지능이 덜 떨어진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짚어주는 순간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한다.
'양심'은 없어도 되는데 '지능'이 떨어지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나 뭐라나.
모쪼록 '상식'만큼의 지능을 가진 사람들과 살아가고 싶다.
독후감을 쓰기 전 책이 이렇게까지 별로라는 말을 써도 될까 싶어 먼저 독후감을 올린 사람들의 글을 죽 훑었다.
다들 좋다 느끼는데 나만 가혹한 평가를 내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그러다 뜨끔, 아 책에서 이렇게 눈치 보는 행동 하지 말라 그랬는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아주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책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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