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기록

칵테일, 러브, 좀비 by 조예은

by 곰푸 2022. 10. 2.
반응형

독특한 책 제목과 더 독특한 표지로 인해 홀린듯 사게 된 책. 안전가옥의 쇼-트 시리지는 처음이었는데 여태 나온 시리즈들을 모두 읽고 싶어질만큼 흥미로웠다. 아담한 책 사이즈와 술술 읽히는 내용 덕에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뚝딱 읽었다. "이토록 생생한 어둠. 잔혹함의 온기" 출판사의 서평이다. 여성이라서, 자식이라서, 가난해서 여러 이유들로 약한 자의 감정은 곧잘 무시당한다. 그런 홀대받는 감정들을 생생하게 끄집어낸 작품이 아닐까.

<초대>

어렸을 적 어른들의 강권으로 억지로 회를 먹은 이후 17년째 목에 걸린 가시로 고통스러워 하는 채원. 채원의 남자친구 정현은 그런 채원을 위한답시고 채원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존재다. 정현의 마음에 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 둘의 관계에서 애쓰는 사람은 자신뿐이란 것을 알게 된 채원. 그 사이 채원은 흐릿한 인상의 여자 태주의 초대를 받게 되고...태주의 정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습지의 사랑>

인적 드문 하천에서 지리한 날들을 이어 가는 물귀신 '물'. 물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으며 평생을 하천에서 혼자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뒤틀렸다. 그러던 어느 날 맞은편 소나무 숲을 거니는 '숲'을 만나고 자신을 보고도 놀라거나 도망가지 않는 '숲'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이후 물의 마음은 숲으로 가득 차고, 둘은 멀리서 희미하게 나마 대화하며 가까워진다. 물귀신 이후 처음 경험하는 설레는 나날들도 잠시, 숲 출입자들로 인해 깨어지고 물은 오래전 귀신이 될 무렵 느낀 원망과 분노에 다시금 휩싸인다.

<칵테일, 러브, 좀비>

평소 일주일 중 거의 대부분을 술에 취해 귀가하던 주연의 아버지는 어느 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퇴근 후 술을 마시고 좀비가 된 채로 집에 돌아온다. 뉴스 속 좀비 바이러스 1차 감염자들 중 주연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살되고, 엄마와 주연은 정부의 눈을 피해 좀비가 된 아버지를 데리고 있기로 하지만. 인간의 이성을 잃은 아버지는 엄마와 주연을 먹이로 삼으려 든다. 생전 고집불통에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온전히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한 주연은 지난날을 돌아보며 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가정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가 어머니의 목을 과도로 그었다. 나는 그 과도로 아버지의 목을 그었다. 뒤이어 나의 목을 그으면서 한 가지 후회를 했다. 상황이 조금만 달랐더라면 어머니는 죽지 않았을까? 그 때 누군가 말했다. "시간을 되돌려 줄까?"

나는 수개월째 스토킹 당하고 있다. 그는 몰래 내 자취방까지 들어왔다. 옆 학교 남학생 덕분에 지긋지긋한 스토킹에서 벗어나게 되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남학생은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시간을 되돌려 줄까?"

"결국 벌어질 일은 벌어지지. 깔깔깔"

 

본인 조차도 홀대했던 감정들은 모두 분명한 실체를 갖고 있으며 그 감정을 느끼는 주인에게 구체적인 고통을 안기기 마련이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에 작가의 신선한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 작가의 다른 작품들까지 찾아읽고 싶게 만들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