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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기록

레고랜드 부도 사태 배경 채권 ABCP

by 곰푸 2022.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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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글로벌 테마파크 '레고랜드'의 부도 사태를 두고 떠들썩했다. 레고랜드는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테마파크로 디즈니 파크,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함께 세계 3대 테마파크 중 하나다. 세계 3대 테마파크이니 당연히 탄탄대로일 줄 알았는데 개장 5개월 만에 개발사가 부도를 냈다.

강원중도개발공사 GJC 시작

사태의 발단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강원도는 세계 2위 테마파크 회사인 멀린 엔터테인먼트와 레고랜드를 짓기로 하고 춘천에 있는 섬 중도를 부지로 선정했다. 레고랜드를 짓기 위해 건설사가 필요해진 강원도는 강원중도개발공사 이른바 GJC를 설립한다. 레고랜드를 짓기 위해 열심히 땅을 파던 중 뜻밖에 청동기 시대 유적이 대량 발견된다. 유물 몇 개가 아니라 고구려 시기 무덤을 시작으로 유물 9천 점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

레고랜드 부지는 역대급 유적지로 탈바꿈하고 그렇게 공사는 난항에 부딪힌 채 계속 미뤄졌다. 공사는 미뤄졌지만 사업비는 계속 나갔고 당시 사장 연봉이 30% 인상되는 등 이래저래 시끄러운 일들이 많았다. 강원도가 출자한 개발업체가 이렇게 돈을 펑펑 써대자 보다 못한 멀린이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멀린은 공사 부지를 유적지를 피해 바꾸고 유적지 구역에는 공원과 박물관을 만들기로 하며 공사는 다시 빠르게 진행됐다.

ABCP 채권 발행

그렇게 5년 만인 2019년 겨우 사업을 재개한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이미 절반 넘게 써버린 출자금만으론 레고랜드 건설이 힘들어 지자 투자목적의 특수회사를 따로 만들어 2천억 원어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최근 부도가 난 게 바로 이 채권이다. 채권은 정부나 기업이 투자받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 증서인데 종류가 다양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채권은 ABCP 즉, 자금유동화기업어음(Asset Backed Commercial Paper)이다.

ABCP 채권은 유동화전문회사(SPC 특수목적회사)가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CP)으로 그중 부동산 관련 ABCP는 건물 지을 땅, 건설사 보증 등 부동산 관련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기업어음이다. 즉 레고랜드는 앞으로 벌 돈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투자를 받은 것이다. 채권의 신용도는 여러 등급으로 나뉘는데 지방자치단체인 강원도가 이 채권의 지급보증을 서며 채권의 신용도가 거의 지방채 급으로 높아진다.

GJC 부도 강원도의 사정

국내 증권사 10곳, 운용사 1곳이 강원도의 지급보증을 믿고 채권에 투자했고 만기일인 9월 29일 하루 전,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회생신청" 발언을 한다. 즉 강원도가 돈을 갚지 못한다고 말한 것이다. 신용도 A등급이었던 이 채권은 다다음날 C등급으로, 일주일 뒤엔 Default 즉 채무불이행을 의미하는 D등급으로 강등되었다. 결국 10월 5일 GJC는 최종 부도처리된다.

 

강원도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전임 최문순 도지사가 레고랜드, 알펜시아리조트 등 벌여놓은 사업이 너무 많았고 코로나19로 막대한 돈을 푼 탓에 강원도 재정난이 매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약속한 채권의 지급보증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이 금융시장 전체에 퍼지며 채권시장은 급격히 얼어붙고 만다. 일반 회사채는 물론 한국도로공사와 과천도시공사 등 신용도 최상급이던 공사채들도 줄줄이 유찰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기업들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을 바탕으로 신규 투자 등을 이어간다. 건설사들은 투자를 받아 건물을 세우고 분양을 하여 투자비를 갚는 형태인데 미분양이 이어지면 자금난에 허덕이다 결국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줄도산 우려로까지 사태가 커지자 김진태 도지사는 12월 15일까지 2,050억 전액을 상환하겠단 계획을 밝혔고 정부도 기존 시장 안정 조치에 더해 채권 시장에 50조 원 이상을 돈을 풀겠다고 밝혔다.

 

강원도가 입장을 철회하고 정부가 시장에 돈을 풀면서 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 상반기 1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후 경기 침체가 뚜렷하게 나타날 예정이란 전망이 높아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란 걱정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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