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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기록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The Last Word), 앞으로 크게 자빠지세요

by 곰푸 2022.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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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봉 : 2017.07.19.
  • 등급 : 12세 관람가
  • 장르 : 코미디
  • 국가 : 미국
  • 러닝타임 : 108분
  • 배급 : (주)메인타이틀픽쳐스, (주)키위컴퍼니
  • 감독 : 마크 펠링톤
  • 주연 : 셜리 맥클레인(해리엇), 아만다 사이프리드(앤), 앤쥴 리 딕슨(브렌다)

세 여자의 좌충우돌 이야기

해리엇은 무려 25년 간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광고 기획사로 성공적으로 일합니다. 당시 여성이 사업을 한다는 편견에 전면으로 맞서며 자신의 커리어를 일구었지만 지금은 남편과 이혼하고 딸과는 수십 년간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쓸쓸한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매사에 까칠하고 예민하며 독설을 일삼는 그녀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도 부당하게 내쳐진 채 가족과 사회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문득 이런 삶이 부질없다 여긴 해리엇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약을 삼키다 실수로 와인을 쏟고 무심코 집어 든 신문에서 지인의 부고기사를 보게 됩니다. 해리엇이 알던 지인은 엉망진창이었지만 부고기사에서 그는 따뜻하고 사려 깊고 많은 이들에게 기억될 좋은 사람으로 그려졌죠.

문득 해리엇은 자신이 죽은 뒤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그려봅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부고 기사를 직접 쓰겠다는 해리엇다운 결론에 이르게 되죠. 그렇게 과거 자신이 광고 기획사일 당시 광고를 실었던 신문사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부고 전문 기자 앤을 만나게 됩니다. 부고 기사를 쓰지 않으면 신문에 실린 광고를 모두 내리겠단 협박 아닌 협박을 들은 사장은 앤에게 해리엇의 부고 기사를 쓰도록 지시하죠. 그렇게 앤은 해리엇의 부고 기사를 쓰기 위해 지인들을 인터뷰하러 다닙니다. 하지만 도통 해리엇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 지인들. 심지어 가족과 독실한 신부님조차 그녀는 정말이지 악몽 같은, 검은 먹구름 같은, 좋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으로 묘사하죠. 이 사실을 알게 된 해리엇은 충격을 받고 그녀 나름의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바로 완벽한 부고기사의 4요소를 찾고 그것을 지금부터 찾아 나가는 것이죠.

완벽한 부고기사의 4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인은 동료들의 칭찬을 받아야 하고, 가족의 사랑을 받아야 하며, 누군가의 삶에 우연히 영향을 끼쳐야 하며, 첫머리를 장식할 고인만의 와일드카드가 필요하다는 것. 괴짜 해리엇은 앤에게 반강제로 이 4요소를 찾아가길 명령(?)하고 그렇게 해리엇은 복지시설에서 머무는 다소 거칠고 천방지축인 소녀 브렌다를 만나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의 멍청함을 견디기 힘들어 험한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브렌다. 해리엇은 브렌다를 보자마자 그녀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로 마음먹죠. 그렇게 세 여자는 좌충우돌 해리엇의 완벽한 부고기사를 위한 여정을 시작하고 그로 인해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과연 해리엇은 원하던 대로 완벽한 부고기사를 쓸 수 있을까요? 앤과 브렌다는 해리엇을 만나 어떻게 변해갈까요?

우연한 기회에 접한 보석 같은 영화

할머니와 젊은 여성 그리고 당돌한 꼬마 소녀까지. 세 여성이 선글라스를 쓴 채 당당히 걷고 있는 포스터에 눈길이 가 보게 된 영화입니다. 그리고 눈길을 준 것을, 시간을 내어 본 것을 감사하게 된 영화이기도 하죠. 어쩌면 뻔한 스토리겠지만 너무도 까칠하지만 당당한 멋짐 폭발 해리엇에게서, 서서히 변해가는 앤과 당돌하지만 앞날이 창창한 당찬 소녀 브렌다 세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너무도 좋았습니다. 툭툭 내뱉는 해리엇의 말은 매 순간 가슴속 명대사로 남았습니다. 뭐라도 되겠지라며 앤을 위로하는 해리엇의 모습에서 과거 이효리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는 "그냥 아무나 되"라고 말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어떤 사람도 되지 못한 것 같아 우울했던 날들을 위로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자신의 부고 기사를 준비하다 의사로부터 진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해리엇. 그렇게 그녀는 아직 먼 일이라고만 느꼈던 죽음 앞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매사에 당당했던 해리엇이 수십 년간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딸 엘리자벳을 만나기 전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장면에서 모녀간의 관계란 어떤 것일까 짧게나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엘리자벳이 평범한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산다는 말에 박장대소하는 해리엇. 엘리자벳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자신이 나쁜 엄마가 아니었단 반증이라며 쿨하게 과거를 위안하는 그녀. 그런 해리엇의 모습에서 자신을 버린 아빠가 언젠가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을까 기다리던 브렌다는 "이렇게 멋진 나를 보러 오지 않는 것은 아빠의 손해"라며 쿨하게 아픔을 딛고 일어섭니다.

좋은 날이 아니라 의미 있는 날을 보내라던 해리엇. 진실되고 솔직한, 정직한 하루를 살라고 했던 그녀. 그저 좋기만 한 날이라면 나중에 비참해질 것이기에 좋기만 한 것이 아닌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앞으로 크게 자빠지라는 해리엇의 말이 가장 가슴 깊이 남습니다. 그저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맞서길 바랐을 뿐이라며 해리엇을 회상한 앤의 대사. 우리 모두 다 앞으로 크게 자빠지고 실패하더라도 다시금 딛고 일어서는 삶을 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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