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등장인물, 원작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공식 포스터

범죄자가 아닌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

평소 범죄학, 심리학 등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SBS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프로파일링 드라마가 나왔다기에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본방을 챙겨보았다. 이런 류의 드라마가 많진 않았지만 아주 없었지도 않은 터라 이번엔 어떤 자극적인 범죄 소재로 눈길을 사로잡을까 했는데, 이런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기존 드라마들과 달리 범죄자들보다는 그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던 프로파일러들의 고뇌와 성장이 담긴 작품이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등장인물 (출처 : 네이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만큼 범죄현장과 섬뜩한 범죄자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했지만 무엇보다 프로파일링 기법이 전무하던 당시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이들의 깊은 고뇌가 담겨있었다. 지금에야 거리 곳곳에 고성능의 CCTV가 설치되어 있고, 과학 수사 기법이 발달하여 범죄자들을 잡기 과거보다 수월해졌지만 그렇지 않았던 과거에는 현장에 남겨진 범인의 흔적을 추적하고 패턴을 조합하여 범인을 특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사건의 단서였다. 범죄자를 면담하고 그들을 분석하는 것이 경찰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끝내 프로파일링의 필요성을 인정받은 데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오리무중인 사건 속에서 실낱같은 단서를 찾아내는 짜릿함도 있었지만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갖는 진짜 묘미는 바로 사진 속 범죄자들과의 면담/취조 장면이다. 대한민국을 공포에 빠뜨리며 무동기 살인이 급증하던 당시,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과 같은 살인이 목적이었던 범죄자들과 프로파일러의 면담/취조 장면은 미묘한 행동, 눈빛 하나까지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했다. 악의 정점에 선 그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봐야 했던 프로파일러들의 마음은 어땠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함께 보면 좋을 책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의 연쇄살인 추적기 by 권일용, 고나무(2018년)

대한민국 경찰청 제1호 프로파일링 마스터이자 범죄학 박사인 권일용 박사님이 집필한 드라마의 원작이 되는 책이다. 권일용 박사님은 30여 년간 약 1,500건의 강력사건 범죄 현장에 투입되었으며, 1천여 명에 달하는 범죄자를 대면했다고 한다.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어두운 방과 같은 연쇄살인범의 마음속으로 서슴없이 걸어 들어간 프로파일러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프로파일리 케이스 스터디&amp;amp;amp;nbsp; by 권일용(2021년)

앞서 소개한 책보다 비교적 최근 책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단순히 범죄자의 심리가 아닌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피해자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라고 말한다. 책을 통해 지나온 범죄의 흐름을 이해하고 현재와 미래에 어떤 범죄가 일어날 것인지 예측해보는 일종의 범죄의 역사서 같은 책이다. 역사를 공부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듯이 범죄와 범죄자의 심리를 공부해야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 없는 세상을 꿈꾸며

매일 뉴스에서는 여러 범죄 소식들이 들려온다. 뉴스에 실리지 않은 범죄까지 합하면 매일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나는 꼴이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조차 불가한 잔혹한 범죄의 수법이, 범죄자들이 품은 이유 없는 혐오와 분노의 감정이, 피해자와 유가족들 그리고 우리를 괴롭게 한다. 흥미로운 소재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소재임에는 틀림없는 범죄와 그리고 범죄로 희생된 피해자들, 남겨진 가족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끝나고 시즌2가 나오길 기대하며 더 이상 범죄로 희생되는 피해자가 없는 세상을 꿈꿔본다.

 

"제복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억울하게 생을 마쳐야 했던 피해자들과의 약속이 내 삶의 배수진이었다."

- 권일용 프로파일러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

얼마나 고귀하고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길.

더해, 자신의 마음까지 보듬을 수 있는 존재가 되길."

-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기획의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