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사람들을 대신해 바다에 기원을 올리는 무녀, 마리는 아름다운 인어 수아에게 매료된다. 바다에 빠진 마리를 구한 수아는 인간의 말을 하지 못했지만 다정하고 아름다운 면모로 마리를 사로잡는다. 늘 혼자였던, 그래서 외로웠던 두 존재가 애틋하게 가까워지고 그 사이 섬에는 '무녀와 요괴가 죽고 못 산다'는 소민이 퍼진다. 태풍으로 섬 마을이 큰 피해를 입자 섬사람들은 비난의 화살을 마리와 수아에게 돌리고, 마리를 태울 장작불과 수아를 찌를 작살을 마련한다. 불에 타오르는 마리와 작살에 찔린 채 물 속으로 가라앉는 수아, 둘은 서로를 있는 힘껏 사랑할수록 각각 재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만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 물거품이란 단어로 인해 '인어공주'를 각색한 소설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인어공주'에서 모티프를 받았다고 한다. '재'는 불을 다루는 마녀가 된 '마리'를 의미하고 '물거품'은 인어인 '수아'를 상징한다고나 할까. 인어공주에서 모티프를 따왔지만 <재와 물거품>에서 왕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왕자 '역할'을 하는 누구도 등장하지 않는다.
"마리와 수아는 자기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 하지 않는다.
바꿀 수 없는 것에 몰두해 봐야 헛일이다.
둘은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보다 '이런 나로서 상대를 행복하게 해 줄 방법은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춘다."
- 출판사 서평
출판사 서평도 개인적으로는 참 별로다. 마리와 수아는 왕자와 인어공주처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존재다. 제목에서 유추해본 바로는 새드 엔딩일 줄 알았는데, 나름 마리와 수아가 서로를 구원하고 영원히 살아간다는 결말이어서 나름 좋았다. 이야기는 전혀 동화같지 않지만 동화의 결말이 그러하듯 Happily Ever After 이랄까.
여태 읽었던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중 가장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어찌보면 진부한 영원의 사랑 이야기는 한번으로 족할 것 같다. 흡입력 하나는 믿고 보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였는데 이 책은 여러번에 끊어 읽어야 했다. 잠을 미루면서까지 보고싶은 마음이 딱히 들지 않아서. 그럼에도 무녀와 인어의 사랑이란 소재는 나름 토속적인 정서와 서양의 정서를 적절히 버무린 느낌이라 참신했다.
그 외에는...글쎄... 왜, 무엇 때문에 2019년 여름 원천 스토리 공모전에서 수상했는지는 쪼오금 의문이다. 그 당시 심사위원들이 사랑 이야기에 목이 말랐었나...하는 생각.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를 야금야금 사 모으고 있는데, 삐끗한 느낌. 여전히 다른 시리즈들도 사 보긴 할 테지만, 실망시키지 마라. 안전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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