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1 [작별인사] by 김영하, 직박구리가 죽은 날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과 하얀 소금사막 같은 곳에 고독하게 서있는 검은 형체의 표지. 그리고 이어지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다소 난해한 문구. 육신이니, 소멸이니, 죽음이니, 회상이니 하는 철학적 용어들. 책의 첫 느낌은 "뭐야, 되게 무게잡네" 정도였다. "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모두가 너를 잊게 될 것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자작나무숲에 누워 나의 두 눈은 검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한 번의 짧은 삶, 두 개의 육신이 있었다. 지금 그 두번째 육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 어쩌면 의식까지도 함께 소멸할 것이다. 내가 겪은 모든 일이 머릿속에서 폭죽 터지듯 떠오르기 시작한다. 한때 회상은 나의 일상이었다. 순수한 의식으로만 존재하던.. 2022. 6. 20. 이전 1 다음